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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들어오게, 그래야 산다네">
해외파견 공무원들 자리불안에 전전긍긍
"나 어떻게 하면 좋냐, 제발 자르지만 말아 줘",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들어와. 그래야 산다". 최근 한 정부 부처에서 해외 파견나가 있는 간부와 본부에 있는 친구 공무원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대화의 일부다.
21일 과천관가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공무원들의 자리가 대폭 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외유학이나 연수, 파견 등으로 본부에서 나가있는 공무원들의 자리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
본부에 있으면 그나마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될지를 가늠이라도 할텐데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돌아갈 수 있나"..문의전화 빗발
본부에 근무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최근 해외에 나가있는 동료들로부터 부쩍 전화나 이메일을 많이 받고 있다.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후 부처가 없어지게 된 경우 특히 더하다.
각각 농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로 부처가 쪼개질 위기에 있는 해양수산부의 경우 현재 외부에 파견돼 있는 공무원은 해외주재관 8명, 국제기구 8명, 해외 교육.훈련 파견 24명, 국내 다른 부처나 위원회 파견 23명 등 63명이나 된다.
이에 따라 국내 다른 부처나 위원회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물론 해외주재관들도 "어디로 돌아가야 하냐", "내가 갈 자리는 있냐"면서 문의전화를 빗발치듯 하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대체 어떻게 되는거냐'며 거취를 묻는 사람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농어촌 특별대책위 등과 같이 쪼개질 부문 중 어느 부문으로 가야하는 지 명확해진 곳에 파견된 사람은 관계없겠지만 애매한 곳에 파견된 사람은 거취도 불명확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무조건 들어와라".. 조언도
한 경제부처에 근부하는 간부도 다른 부처에 근무하다가 해외에 파견나가 있는 오랜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사람이 근무하는 부처는 지금은 다르지만 조직개편 이후 합쳐지게 된다.
파견 나가있는 친구가 "나 어떻게 해야되나. 제발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하소연하자 국내 근무하는 간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들어와라. 그래야 산다"고 대답했다.
이 간부는 "솔직히 지금 해외나 다른 곳에 나가 있는 친구들이 들어올 때 쯤이면 자리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각 실.국에 주무과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국장 자리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아마 통합부처의 총무과장은 손에 피를 많이 묻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고 싶은 부처 있지만 말도 못꺼낸다"
한 경제부처에 있다가 미국에서 연수중인 한 공무원은 평소 금융분야에 관심이 있어 기회가 있으면 금융감독위원회로 자리를 옮길 것을 검토했으나 이번에 조직개편 발표가 나오면서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이 분리되고 금융위원회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꿈을 접기로 했다.
지금처럼 재경부에 금융정책국이라도 있는 경우 부처간 교류에 따라 재경부로도, 금감위로도 이동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앞으로 금융위원회로 분리되면 새로 생길 기획재정부의 간부들이 금융 쪽으로 가기는 매우 힘들게 된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국내에 있었다면 이번에 금융위원회로 가겠다고 말이라도 해볼텐데 해외에서 공부를 하다보니 말을 붙여볼 곳도 없어 기회는 원천봉쇄된 것으로 알고 낙담하고 있다.
◇'해외가 더 안전'.. 평가도
재정경제부는 현재 국내 각종 위원회와 타 기관 등에 40여명이 파견나가 있고. 해외에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등 주요 국제기구와 재외공관 등에 파견과 공무원휴직, 주재관 등의 형식으로 수십명이 나가 있지만 해외파들의 마음에 더 편한 축에 속한다.
기획예산처와 통합돼 기획재정부로 통합되면 직제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주요 국제기구 파견자들과 재경관으로 주요 공관에 나가있는 이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데다 맡고 있는 역할이 뚜렷해 부처가 통합되더라도 자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기구 파견이나 재경관 자리는 사실상 없애기 힘든 자리가 아니냐"면서 "기획재정부로의 통합, 직제개편 등이 실시되는 등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뒤 국내에 돌아오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정책 등 재경부가 맡고 있는 기능 중 많은 부분이 신설되는 금융위원회나 타 부처로 이양되는 만큼 해외파견 등을 놓고 이들 부처와 일정 부분 밥그릇 싸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이에 비해 국내 파견자들은 참여정부에서 신설된 수많은 위원회들이 폐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파견에서 돌아오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본부에 남아있는 직원들 중에도 기획처와 통합 과정에서 자리를 못받거나 한직을 맡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파견자들은 본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직제개편이나 인사 과정에서 더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교육=퇴출' 괴담 나돌아
인수위나 대통령 당선인도 공무원들의 신분을 보장할 것으로 언급했지만 공무원들은 퇴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수위원회는 정원 감소에 따라 보직을 받지 못하는 공무원의 경우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무원들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퇴출 절차로 보고 있다.
재교육 프로그램은 대기발령 상태에서 받을 가능성이 높은 데 대기발령이 난 지 1년이 지나도록 보직을 받지 못하면 퇴출되는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고위공무원 10% 감소는 그만큼 윗선의 자리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면서 "현재 본부장이나 국장중 일부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며 고위공무원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팀장들도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부처 국장급 관계자도 "마땅한 자리가 없는 공무원들은 인재풀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결국 대기발령을 한다는 뜻이어서 해당자들은 그리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없으니 이럴때 좋네
농림부는 원래부터 인공위성 공무원이 적기로 유명해 이 처럼 조직개편 바람이 불 때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표정이다.
해외파견, 교육, 국방대학원 등 본부에 있지 않고 나가있는 사람은 1년짜리 해외 직무연수를 간 한명 뿐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파견공무원이 왜 이렇게 적냐는 질문에 "힘이 없는 부서라서.." 라면서 "이렇게 조직에 바람이 많이 불 때는 그런 쪽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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